'대근하다.'는 우리 동네 이장 님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. 일단 집에 오시면 첫 마디가 '대근햐~'로 시작합니다. 고추와 콩농사를 2천평 정도하십니다. 새벽이면 두부를 만들고, 요즘엔 나무하느라 무척 바쁘시죠. 어르신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'아이고 죽겠네'가 있죠. 아마도 같은 의미일 겁니다.
나무를 했습니다. 벽난로와 모닥불용입니다. 요즘 같은 날씨에는 모닥불이 제격이죠. 또 운치 있잖아요. 사실 매일해야 할 상황이지만 쉬엄쉬엄하고 있습니다. 여유있는 느린 삶이 아니라 아주 게으른 삶에 가깝죠. 그래도 할 건 다 합니다.^^
어제는 산에서 이장 님하고 다른 동네 분을 만났습니다. 다들 나무 하느라 정신이 없으시죠. 대부분 나무보일러를 쓰다 보니 농사철이 끝난 요즘 나무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. 눈이 오고 너무 추워지면 나무하기는 더 힘들어집니다. 산중에 살면서 나무를 사다 뗄 수는 없으니까요.
제가 나무를 해오는 곳은 펜션 건너 임도가 끝나는 곳입니다. 약 3km 거리죠. 4륜 구동 아니면 갈 수 없는, 길이 아주 험한 곳입니다. 가까운 곳에도 있지만 아무래도 마을 분들 눈치가 보여서요. 특히 뒷집 어르신은 지게로 나무를 해오십니다. 그러니 마을에서 가장 젊은 제가 먼데서 해 올 수 밖에요. 이제 가장 먼 골짜기는 자연스럽게 저의 전용 나무터가 되었답니다.
이른 봄 산나물을 뜯으러 산에 가도 각자의 자리가 있습니다.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나서면 서로 경쟁 할 것 같지만 전혀 그런 일은 없습니다. 불문율이랄까요. 상대방이 가는 곳은 가지 않는 원칙이 있습니다. 오랜 경험에서 나온 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. 고사리나 두릅도 어린 순을 절대 꺾지 않습니다. 다음 사람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죠. 하지만 도시 사람들이 한번 지나간 산은 난장판이나 다름없습니다.(여기서 도시 사람은 개념없는 무분별한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.^^) 곱게 꺾어만 가도 다행이겠지만 뿌리채 뽑아 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으니까요. 그것은 급하게 많이 꺾을려고 하다보니 그런 일이 생깁니다. 욕심이죠. 가만 놔둬도 어차피 내 것이고, 오늘 꺾지 않는다고 내일 없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. 산에 흔하게 널린게 산나물이라지만 뿌리는 살려둬야 내년에 다시 그곳에서 산나물을 만날 수 있다는 진리도 욕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나 봅니다.
한동안 고요하던 펜션 주변이 가을 한철에는 적상산 단풍 산행을 오는 등산객들로 붐볐습니다. 특히 주말이면 주차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. 버스만 해도 한 30여 대는 오는 것 같습니다. 오랜만에 사람 구경 실컷 했죠.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납니다. 특히 주차문제인데요. 등산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한 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. 등산로 입구에 펜션이 있다 보니 주변은 늘 등산객들이 세우고 간 자동차들로 북새통을 이루죠. 왜 그럴까요? 걷는 즐거움을 위해 오는 사람들인데 굳이 주차장을 놔두고 힘들게 주차하는 이유 말입니다. 좁은 인도에 차를 올리고, 교행이 힘들어 뒤엉키게 되고, 서로 먼저 차를 빼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기도 합니다. 그것도 다 구경거리가 되긴 하지만,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. 참 각박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. 이런 산에까지 와서, 단 하루 만이라도 좀 여유있는 마음으로 즐겼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.
지난 일요일에는 나무를 해다 쌓아 두는 뒤란 주차장 입구를 승용차가 막아버렸더군요. 전화를 해서 화부터 내고 나니 마음이 안좋아 다시 문자를 보냈습니다. 천천히 산행 마치고 내려오시라고요. 차 주인이 가면서 전화를 했습니다. 참 친절하시네요. 산에 가 있는 사람 한테 차 빼라고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랬던 겁니다. 제가 유독 친절한게 아니고요. 적상산 산행 오신 분들 중에 주차장이 마땅치 않으면 저희 집으로 오십시오. 일요일은 한가하니까 얼마든지 세울 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.^^
장작이 쌓여 가는 모습에 배가 부릅니다. 아무리 '대근하다' 해도 장작이 점점 높이 올라 가는 모습을 보면서 또 산으로 가게 됩니다. 장작이 천장 높이까지 쌓이는 날까지, 저는 산으로 갑니다.^^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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